블로그 첫 글을 불안으로 시작한다.






어디 가서 지금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말하면 "아직도?" 라는 대답이 돌아오는 학번이다.

까마득히 어린 수준은 아니지만 지금 1학년 친구들이 초등학생일 때 나는 고3이었을 것이다.


운이 좋았다고 해야할 지.

사회의 물을 마셔본 건 지난 2014년쯤이었다. 아니 2013년 말께라고 하는게 더 정확하긴 하다.

나름대로 이름있고 큰 회사에 합격해버렸다. 학기 중에.

내 짧은 인생 사상 최고의 실수이자 최고의 순간이었다.


나는 당시 내 성격이 지금보다 훨씬 모난 성격을 가졌지만 착실하고 정의로웠다고 기억한다.

내게 맡겨진 일을 최대한 빨리 잘 해내려고 노력했고, 힘내왔다.


긴 통근시간과 야근에 치여 지친 내게 돌아온 것은 야근수당도, 특근수당고, 심야교통비도 없는 업계 초봉일 뿐이었다.

교통비와 점심 식비, 통신비만 빠져도 월급의 반은 사라졌다.


변화없고 힘들고 피곤한 일상에 지쳐 스트레스 받고, 달콤한 휴일에는 근무일의 스트레스를 풀겠다고

친구들을 만나 비싼 밥을 먹고 비싼 커피를 마시고, 내가 한 소비에 다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근로의 스트레스를 조금 깎아내고, 새로운 스트레스를 얹는다.


소소하게 그림그리기를 좋아했지만 펜을 잡을 시간조차 없었다.

왕복 4시간이 넘는 통근을 견디며 펜을 잡을 수 없었다. 취미도 특기도 없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마음이 황폐하니 몸도 금방 무너졌다. 카페인과 피곤에 덮쳐진 눈과 심장이 아팠다. 내 인생사상 최저의 몸무게를 찍었다.


1년을 채 채우지도 못하고 퇴사를 했다.

회사는 그 이후로 큰 신생회사와 합병했다.



그리고는 작은 회사로 옮겨갔다. 이전 회사보다 거리는 가까웠지만 교통편은 지옥이었다.

사람에 끼어 전철에 발을 들이면 그나마 다행, 더이상 부대낄 손바닥만한 자리조차 없어서 전철을 두어대 보낸 적도 있다.

작은 회사는 전 직원이 사장을 포함하여 11명이었다.


내게 주어지는 업무는 무겁지 않았지만 이전 회사보다 더 다양한 일을 하게 되었다.

또한 작은 회사는 메일이나 관리 프로그램, 프로세스 등 여러 방면에서 전 회사보다 많이 부족했다.

회사가 만든 프로그램은 인기가 없었고, 운영직이던 나는 바쁜와중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개발자들이 밤을 새고 야근을 밥먹듯 하는 환경에서 내 담당 업무가 없으니 눈치를 보며 퇴근을 했다.

몇 없는 자리에서 한두사람이 먼저 문을 나서는건 정말 어렵고 등이 따가운 일이었다.

더구나 기존 사원들은 몇 년 전부터 함께 일해왔다고 했다. 몇 년의 거리를 둔 나는 그 사이에 낄 수가 없었다.

그들은 항상 그들의 과거 추억을 이야기했다. 말을 거들 수 없으니 거리가 좁혀질 수가 없었다. 그들과 나의 나이차가 애매하게 있는 것과 그들의 성이 다른 것도 한 몫 했겠지. 대화의 주제를 따라가지 못했고 그들의 감성을 알 턱이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출근은 제깍 하지만 아무래도 내가 지금 일을 하러 출근을 한건지 자리에 9시간 앉아있으러 출근을 하는건지 당최 모르게 되었다. 눈을 돌리고 한 달을 더 다닌것 같다. 고민했다, 한달 간. 이직이나 복학을.


이곳에서도 7개월 남짓 다니다가 결국 퇴사를 했다.

누군가가 "네가 사원들과의 대화나 관계에 어울리지 못하고 있으니 기존 사원들도 불편해 한다. 아무래도 나이차가 있고 우리도 네가 여성이라 말을 함부로 하기 조심스러워서 그런 것 같다."고 말해준 것이 방아쇠가 된 것 같다. 지금 조금 눈치를 키우고 생각해보니 내가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어한 것을 알고 말해주신 것 같다.


퇴사를 하고나니 2015년 여름이 져가고 있었다.




그리고는 웹툰 작화작가를 하기도 하고 PD일도 해보고...

2년이 넘도록 아르바이트나 계약직으로 한동안 고생했다. 자잘하고 짧은 경험들은 줄여야지.

고생을 했어도 마음 줬던 회사가 없었던 덕인지 위의 두 경험만큼 힘들진 않았다.

그러나 그렇게 2년을 보내고 나니 경력에 빈 공간이 2년가량 생겨버렸다.

끊임없이 일은 했지만 쓸 것이 없는 아무것도 없는 2년의 공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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